경기 안성지역에서 배 농사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배마을 작목반원들이 냉해 발생 이후 처음으로 5월 12일 자리를 함께 했다.
그동안 냉해로 무너진 마음을 겨우 겨우 가다듬고 이날 처음 작목반원들이 서로의 과수원을 순회하며 피해현황을 살피고 이후 대책을 논의했다.
배마을 작목반 강봉수 감사는 “30년 배농사 동안 이렇게 처참한 냉해는 처음이다. 4월 5일 과수원의 온도는 영하로 내려갔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4월 12일부터는 3일간 연속으로 비와 함께 저온이 계속되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총 12명의 작목반중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김영득 회장의 과수원에서는 착과된 과실을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착과 피해율이 90%를 넘는 수준이었다. 김영득 회장은 “5월달에 과실이 하나도 없는 과수원은 처음”이라며 30년 배농사 동안 처음 겪는 역대급 피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착과불량율이 40% 정도여서 그나마 피해율이 낮다는 이재홍 총무는 “그나마 60%가 달려는 있는데 이게 정상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쉰다. 유과가 냉해를 입어 유과 표면이 얼고 갈라졌는데 이게 냉해로 인한 열과이다.
나중에 과실이 크더라도 표면 가득히 얼고 갈라진 자국이 남아 상품성이 아예 없다고 한다.
이재홍 총무는 “나무 수세관리를 위해서는 열과는 물론 쭉정이도 매달아서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재해 보험에서는 착과 과실로 판단을 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하소연 한다. 

하지만 배마을 작목반원들은 안타까운 현실과 한숨 속에서도 가을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강봉수 감사는 “냉해 이후 안성시와 안성과수농협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강 감사는 또 “하늘과 자연이 어려운 조건을 내려주었지만 우리는 또 이것을 극복하고 우리의 할 일을 해 나갈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 농업인들의 사명감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4월초 급격히 저하된 기온으로 배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않아 배 재배농가의 낙심이 크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배 품종인 ‘신고배’의 냉해가 커서 보다 저온에 강한 품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한국배연구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나주에서 30년 이상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권상준 회장은 이번 냉해에 대해 “저온 피해를 적게 입기 위해서는 통풍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필요에 의해서는 환경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사진 땅으로 개간한 덕분인지 권 회장의 과수원은 착과 불량 피해가 크지 않아 12일 적과 작업이 한창이었다.
“평지가 많은 나주는 통풍 관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 제 과수원 역시 평지였지만 V자 모양의 경사진 땅으로 만들었어요. 균형을 이룬 경사지가 통풍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권 회장은 “과수원의 환경을 변화시켰기 때문에 피해를 적게 받을 수 있었다”며 “고정형으로 설치된 과수원의 방풍망을 개폐형으로 교체하는 것도 냉해를 예방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부분은 10,000과를 수확한 농가가 1,000과를 수확한농가보다 고소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확량이 고소득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인식을 개선해 기존과 다른 유통구조를 구축 한다면 피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권상준 회장은 “정부의 경제적 지원과 보조도 중요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 구조의 개선 등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할증이 있으면 할인도 있어야 하는 법, 농가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보험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충남 아산의 냉해는 지난 4월 가시화됐다. 지난달 14~17일 기온이 영하 1~3도로 떨어지면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충남 아산에서 배를 재배하는 박민용 씨는 “전날까지도 멀쩡했던 과실들이 하루아침에 검게 변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죽지 않았더라도 부분적으로 동사한 과실이 많아 상품성도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피해는 낮은 지역에 있는 과수원에서 더 컸다. 실제로 저지대에 위치한 박민용 씨 밭의 과실은 80% 가량이 냉해를 입어 정상적인 출하가 어려운 지경이다. 냉해가 발생하자 많은 농민들은 이를 대비해 들어놓은 농작물 재해보험을 떠올렸다. 태풍과 우박 등 자연재해를 기본으로 한 보험 상품에 냉해를 특약으로 추가한 상품이 대다수다. 박민용 씨 역시 “조금씩 늘고 있는 냉해에 몇 년 전 냉해 특약을 추가한 재해보험을 들었다”며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과수원을 돌아보며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병충해도 많을 거라는데 더 큰 피해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냉해 악몽은 지난 4월 중순 시작됐다. 경북 곳곳에서 기온이 크게 떨어졌고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이로 인해 꽃잎이 말라죽었고, 5월에 들어서서는 낙과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중에서도 포항시 북구 기북·기계·죽장면 지역의 피해가 가장 컸다. 13일 해당 지역에 따르면 지난 5일과 6일 3개 면 지역의 최저 기온은 영하 2~4℃까지 떨어졌다. 꽃눈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상태에서 서리가 내리면서 피해가 심해진 것이다.
경북 포항시 죽장면에서 40년 동안 사과농사를 지은 손익준 씨도 냉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손 씨는 재작년까지는 어쩌다 한번 씩 게릴라성으로 오는 우박 피해가 전부였는데 이상하게 작년부터 냉해가 심해졌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지난해엔 우리 동네(죽장면) 사과 농가들의 70% 가량이 피해를 입었는데, 올핸 옆 동네인 기계면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손익준 씨는 “올해 바람이 유독 많이 불었고, 결실될 시기에 31℃까지 올랐다가 갑작스럽게 2~3일 가량 추워지면서 꽃이 다 녹고 말라 떨어졌다”면서 “우리 과수원 역시 면적의 50% 가량 피해를 입은 상태”라고 울상을 지었다.
손 씨는 냉해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질문에 “나라에서 지원해준 미생물제재 영양제를 살포했다”며 “사실 이것 이외에 별다른 방법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웃 농가들 중에는 아미노산제재를 살포하거나 방풍망, 미세살수, 방상팬 설치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투자해야하는 금액이 커서 선뜻 시도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손익준 씨는 10년 전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했고, 올해 역시 시에 피해 신고를 한 상태다. 그는 “농자재 보조 사업을 적극 운영하거나 농약 가격 인하 등의 지원이 고려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저온이 들이닥친 나주시는 배 피해농가 지원을 위해 전문 기관들이 지원방법 모색에 분주하다. 나주배 재배 농민들의 구심체인 나주배원예농업도 저온 피해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농자재센터에서 농자재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유재문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꽃눈은 수확량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꽃눈 고사율이 50% 이하만 되어도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데, 올해는 90% 이상 고사한 과수원이 많아 농가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재문 센터장은 “달려있는 10~20%의 열매도 상처가 심해 상품성이 없지만, 그나마 수세관리를 위해 재배하고 나중에 과실을 수확해 배즙으로라도 가공하고자 참담한 심정으로 봉지를 싸는 농가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아래쪽에서 본 어린 배 열매의 모양이 정상적으로 보여도 막상 꽃받침을 제거해보면 저온 피해로 과피에 영향을 받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열매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미 비료를 준 상태에서 과수원 관리를 중단하고 방치하게 되면 양분이 가지로 몰리게 되면서 꽃눈이 퇴화하게 된다. 꽃눈 퇴화는 회복하려면 2~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며 과수원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주배원예농협에서는 저온으로 피해를 입은 조합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작물보호제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재문 센터장은 “피해로 상심이 크시겠지만, 작물보호제 할인 판매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하며 “수확한 뒤 유통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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